소동물 정형외과 매뉴얼의 목차와 그 구성을 살펴보고 이 책의 유용성에 대해서 주관적인 생각을 서술해 보겠습니다. 또한 영상의학 전문 수의사 관점에서 바라본 정형외과 질환에 대한 제 생각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소동물 정형외과 매뉴얼의 목차와 내용
원서는 BSAVA에서 2016년 출간되었으며, 한글 번역본은 2020년에 출간되었습니다. 총 31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주로 강아지와 고양이의 정형외과 질환을 다루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골절을 교정하는 원리, 골절의 종류에 따른 분류에 대해 설명합니다. 이를 위해 뼈가 어떤 생리학적 기전에 의해 발달되고, 골절은 어떠한 병태생리학적 기전에 의해 회복되는지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어요. 6장에서는 골절의 영상의학에 대해 나오는데 거의 대부분이 골절과 관련된 X-ray이며, 일부 골절 CT도 있습니다. MRI는 두 개 및 척수 골절 혹은 인대의 손상에서도 나오지만 사실 소형견종이 대부분인 우리나라에서는 수술까지 가는 사례가 드뭅니다. 이어서 골절 수술 때 반드시 지켜야 하는 원칙과 기본적인 수술 방법들, 그리고 정형외과 수술 기구와 소모품들에 대한 내용이 실려있습니다. 골절 중 응급상황에 속하는 개방 골절에 대한 설명이 나오고, 다음 장에는 병적 골절에 대한 내용이 나옵니다. 이 둘은 골절 중에서도 조금 독특한 골절이니 잘 알아두시면 좋습니다. 이후에는 해부학적 위치에 따른 골절에 대한 설명들이 나오는데 먼저 두개골, 척추 같은 신경이 지나가는 곳에 대한 골절이 나옵니다. 이후 어깨, 앞다리와 같은 상반신 골절에 대해 서술합니다. 그러고 나서 골반, 뒷다리, 발목 등 하반신 골절에 대해 서술합니다. 그리고 골절을 일으키는 다양한 질환들과 골절 수술을 위한 이식물 선택을 잘못했을 때의 사례들을 소개하고, 골절 치료 시의 다양한 합병증에 대해 소개하며 책이 마무리됩니다.
개와 고양이 골절을 공부할 때 이 책의 유용성
외과 전공을 꿈꾸는 수의사라면 이 책은 굉장히 소장가치가 높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수의 외과학에 관련된 책 중 바이블 같은 책은 따로 있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BSAVA 시리즈의 책들을 대부분 그 소장가치가 높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어려운 내용을 최대한 쉽고 친근하게 설명해 주고 정말 중요한 부분의 핵심만을 잘 모아놓은 것이 많기 때문이다. 초심자들은 임상에 대해 막연하게 어렵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은데, BSAVA에서 출간된 수의학 관련 전공서들은 그러한 심리적인 두려움을 많이 없애준다. 이 책 또한 그렇게 구성되어 있다. 처음엔 뼈의 생리와 발달 과정, 골절의 원리와 분류와 묘사, 골절의 치유 과정을 다루어 기초적인 부분의 체계를 잘 쌓도록 해준다. 이후 실제 골절 환자에서 수술 전 준비해야 하는 사항들, 골절을 교정할 때 지켜야 할 원칙들, 골절 수술 시에 실제로 쓰이는 수술기구와 이식물들에 대한 설명을 해준다. 이렇게 가장 처음에 알아야 할 부분, 그 다음 조금 더 내공이 쌓인 다음에 알아야할 부분들 순서로 서술되어 나가기 때문에 내가 생각하기에 이 책은 정말 잘 쓰이고 편집된 책으로 생각된다. 아쉬운 부분은 영상의학에 대한 설명은 한 챕터에서만 끝내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수술 전후 사진들은 모두 X-ray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순수하게 영상의학 관점에서의 골절을 바라보는 챕터가 적다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영상의학 전공자 관점에서 바라본 정형외과 질환의 중요 포인트
수의 영상의학 전공자는 정형외과 질환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보통 외과 수의사도 정형외과 질환에 대한 X-ray 판독을 스스로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사실 깊은 디테일로 들어가면 환자의 골절된 X-ray나 수술 후 X-ray를 보고 굉장히 세밀한 부분까지 판독을 해주는 영상 전문 수의사가 있다면 여러모로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내 경험에 따르면 외과 수의사들은 영상 수의사가 자신의 수술에 대해 판독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본인의 수술에 대한 자존심 때문인 것 같다. 물론 결과적으로 그들이 맞는 경우도 있다. 영상의학 관점에서 수술 후 X-ray를 부정적으로 판독했으나, 추후 시간이 지나고 환자가 정말 씻은 듯이 깨끗하게 낫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명 외과 수의사가 놓치거나, 영상 전공 수의사가 문제가 있다고 판독을 해주어도 경험적으로 괜찮았기 때문에 이를 무시하고 지나가는 등의 행동 때문에 환자가 심각한 부작용을 맞이하는 경우도 있다. 영상과 외과는 정말 다른 영역이고 서로의 영역을 존중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영상의학 전문 수의사라고 해도 골절 공부를 열심히 하고 디테일한 판독을 제공하여 환자의 좋은 예후에 기여해야 한다. X-ray는 직각의 두 단면을 찍은 2장의 사진으로 판독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머릿속에서 3D 구조를 상상하며 정확히 환자의 골절 양상과 골편의 위치와 크기 등을 평가하고 판독할 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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